
이윤지 배우를 처음 만난 건 1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작은 공모전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카메라 하나와 배우 한 명으로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현장이었다. 결과도 안 좋았고 감독으로서 좋은 현장을 보여주지 못한 자격지심도 있던 터라 윤지 배우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윤지 배우는 현장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달랐던 것 같다. 그래도 필모그래피가 있던 감독이 카메라 하나 들고서 꼼꼼하게 빡빡하게 작업하던 모습이 좋아 보였었나 보다.
짧게 생각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카톡을 주고받고 몇 년에 한 번씩은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배우가 감독과 만나는 이유 중 하나로 캐스팅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에도 윤지 배우와 만났었다. 나는 캐스팅을 하지 않을 배우에게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작품을 해야 하는 의무가 없는 배우와 감독의 관계가 건강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윤지 배우가 결혼한 이후로 처음 만났다. 소속사와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과는 다른 편안한 마음이 있었다. 예전의 조급함이 사라지고 이제서야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배우와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와 나 그리고 A 배우는 14년 전에 같이 작품을 했었다. 갓 대학을 졸업했던 A 배우가 38살인 지금도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대단하다, 멋지다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A 배우의 공연을 보러 가자고 말했을 때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배우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A가 안 좋아 할 수도 있어요.”
A 배우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모습이 우리에게 발전 없는 배우로 보인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오늘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A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판단은 각자의 결정이다.
윤지 배우는 아마도 후자의 마음일 듯하다. 고요하고 꾸준한 마음가짐.
사진과 글: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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